차계남 개인전 《One day, perhaps...》

차계남의 작업은 언제나 재료에서 출발했지만, 그 끝은 재료에 머물지 않았다. 섬유, 사이잘 마, 한지, 먹. 작가가 선택한 재료들은 부드럽고 유연하며, 때로는 쉽게 찢기고 흩어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차계남은 이 연약한 재료들을 반복적으로 물들이고, 꼬고, 쌓아 올리며 하나의 단단한 세계로 이끌었다. 그의 작업에서 재료는 형태가 되고, 형태는 시간이 되며, 시간은 다시 침묵의 공간으로 남는다.

초기 섬유 조형 작업에서 차계남은 사이잘 마를 염색하고 압축하며 섬유의 가능성을 조각적 차원으로 확장했다. 실과 섬유는 더 이상 평면 위에 머무는 장식적 요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스스로 서고, 공간을 점유하며, 관람자의 신체와 마주하는 구조가 되었다. 부드러운 재료가 단단한 존재감을 획득하는 이 과정은 차계남의 작업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의 작품에서 침묵은 단순한 고요가 아니라 시간의 축적과 사유가 머무는 공간이며, 검정은 종결의 색이 아니라 생성과 가능성을 품은 깊이로 읽힌다. 반복된 행위가 만들어낸 구조와 화면은 형태를 넘어 삶과 죽음, 존재와 부재, 유(有)와 무(無)가 공존하는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한지와 먹으로 이어진 작업에서도 이러한 태도는 계속된다. 작가는 한지 위에 먹으로 마음에 품어온 글귀들을 적고, 그 글이 담긴 종이를 잘라 실처럼 꼬았다. 글자는 형태를 잃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점과 선의 흔적으로 남아 화면 위에서 또 다른 풍경이 된다. 이렇게 만든 실을 화면에 한 가닥씩 붙여 나가는 행위는 단순한 제작 방식이 아니라, 반복을 통해 시간을 축적하는 수행의 과정이었다. 작가는 이를 두고 그리려는 욕구를 스스로 통제하고 무심(無心)의 상태에서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일이라 말했다. 검정과 흰색이 만들어내는 화면은 산수의 풍경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기억의 지층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라지는 것과 남는 것 사이의 조용한 긴장을 마주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삶을 회고하는 전시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작품이 오늘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는지를 살펴보는 자리이며, 작품을 바라보는 자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축적된 작가의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언젠가, 어쩌면”이라는 말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도착의 감각이 있다. 어느 날, 어쩌면, 우리는 차계남의 작업 앞에서 다시 묻게 된다.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남는가? 침묵은 어떻게 형태가 되는가? 검정 안에서 무엇이 다시 태어나는가?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이 시점에서 차계남작가의 예술적 작품의 의미를 다시한번 새롭게 조명하고자 합니다.

개요

일자: 2026-08-20 ~ 2026-10-10 매주 일요일 휴관
전시작가: 차계남
관람시간: 10:00~18:30
전시장소: 갤러리세줄

관람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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